어릴 적 나는 되고 싶은 것이 많았다.
초등학교 때는 간호사 이모를 보며 간호사가 되고 싶었고
중학교 때는 아이돌에 빠져 엔터 회사에 들어가고 싶었다.
고등학교 1학년때는 만화가가 되고 싶어 좋아하는 만화가의 그림을 그려보곤 했다.
하지만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집은 가난하고 머리는 나빴다. 재능도 없지만 노력도 하지 않았다.
그냥 지나가는 대로, 혹은 되는대로, 주도권 없는 인생을 살았다.
공부를 잘하면 기회가 더 많이 주어진다는 것을 많은 시간이 흐르고야 알았다.
주변의 사람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무언가를 이루어 갔다.
나는 계속해서 제자리에 있었는데 그럴수록 있던 것도 잃어가는 기분이었다.
우울증이라는 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찾아온다. 우울증을 자각하게 되는 순간
두려움은 더 깊어진다. 때론 나의 이런 무기력한 삶을 합리화기에 우울증은 좋은 핑계이기도 했다.
사람을 만나기 싫어하고, 집 안에 꼭꼭 숨어 TV 채널만 계속 돌리는 하루가 늘어간다.
배달음식 빈용기가 점점 쌓이고, 체중은 늘어간다.
그렇게 한 두 달이 흘러 거울 앞의 나를 봤을 때 다른 사람이 서 있었다.
나는 세상과 더 멀어지고 있었다.
이런 삶을 그만 끝내고 싶어 글을 써야겠다고 다짐했다.
아무도 읽어주지 않아도 변화를 위해서 글을 써야 했다.
생각이, 말이 글이 되는 순간 힘이 생긴다.
그 힘을 빌어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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