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하루가 예상된다.
첫 홀부터 심상치가 않다.
일을 하면서 가장 신기했던 것은 몇 년을 봐 왔던
코스임에도 낯설고 어색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 날이면 고객에게 정말 죄송할 따름이다.
거리목이 있는데도 거리가 잘 안 보이고, 그린 라이도 반대로 보일 때도 있다.
이렇게 몇 홀이 지나면 신뢰를 완전히 잃어버린다.
그리고 고객의 한마디.
“내 건 내가 볼게요, 백구로 놔 주세요,
볼만 닦아주세요. ”
내 몸은 편할 수 있지만 마음음 라운딩 내내 불편하다.
거리야 측정기로 재면 그만이지만 그린 라이 같은 경우 전적으로 캐디 능력이다.
유난히 라이가 잘 보이는 날도 있지만
안 보이는 날은 좌우앞뒤로 살펴봐도
입이 잘 떨어지지 않는다.
이런 날은 홀도 왜 이렇게 막히는지
끝나지 않을 것만 같다.
잘 못 보면
“아~내가 본 데로 쳤어야 하는데 캐디가 놔준 데로 쳤더니 안 들어갔다. ”라고
대놓고 캐디 탓을 하는데 민망하기 그지없다.
속으로 이렇게 소리 지르고 싶을 때가 많다.
“그럼 니가 본 데로 쳐~
똑바로 치는 것도 못하면서 왜 캐디 탓을 하냐?”
라고 말하고 싶다.
플레이어가 땡겼는지, 밀었는지 혹은 열려 맞았는지 , 탑핑이 났는지 등등 캐디 눈엔 다 보인다.
탑핑나서 거리가 많이 나는 것도 거리를 잘 못 불렀다고 말하고,
그린에서도 내가 본 것보다 많이 보고 쳤는데도 놔준 데로 쳤다고 하고,
모든 게 다 캐디 탓이다.
하지만 스스로는 알고 있을 것이다.
잘 못 친 것이란 걸.
물론 내가 정말 잘 못 볼 때도 있다.
나도 사람인지라 컨디션에 따라서 거리나 라이에 자신이 없다.
그래도 너무 뭐라고 하진 말았으면 좋겠다.
어찌 됐는 내가 아무리 잘 봐준다고 해도 골프는 치는 사람에 달렸다.
나와 잘 맞으면 더없이 좋겠지만
본인 생각과 같은지 참고만 해줬으면 좋겠다.
정보를 주는 건 당연한 거지만 일부러 틀린 정보를 주려고 하는 캐디는 없다.
혹여 자신과 맞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 주길 바란다.
분명 엄청 애쓰고 있을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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