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략 2만 명이 넘는 사람들을 겪다 보면 별의별 사람을 다 만난다.
그중 정말 대략 난감한 경우는
생리현상에 맞닥뜨렸을 때다.
나는 아닐 것 같지만 불의의 사고는 누구에게나 발생한다.
또 대소변의 신호에는 나라님도 어찌하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
골프는 야외 운동이고,
화장실이 많지 않다.
보통 스타트 하우스에 하나,
각 코스에 하나씩 있으니
18홀 라운딩 중 화장실을 갈 수 있는 기회는 세 번이다.
고객들은 음료를 많이 마신다.
마치 골프의 국룰인 양 나오시는 분들마다
커피를 챙겨오시고
한 홀이 끝날 때마다 습관처럼 마신다.
또 가끔은 주류를 싸 오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중에 맥주가 가장 많다.
그러니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생리현상에
화장실이 있는 홀까지 참는 건 다반사이고
급하면 숲으로 뛰어 들어가는 사람도 허다하다.
이런 경우에도 매너 있게 조용히 해결하고 오면 될 것을
나는 정말 몰상식한 사람들을 많이 봤고,
나보다 더한 일을 겪은 동료들의 에피소드도 많이 알고 있다.
그중 몇 가지를 풀어보려 한다.
골프는 샷을 할 때 순간적인 힘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가끔 장이 좋지 않은 고객들 중엔
그렇게 힘주어 샷을 하다 바지에 지리는 경우가 있다.
캐디들은 그런 일을 자주 겪기도 하고, 주변에 듣는 일도 많아서
사실 조금 비위가 상할 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어쩌겠는가, 이미 벌어진 일을.
당사자가 가장 부끄러울 것이다.
하지만 부끄럽다고 혼자 모른 척하는 건 아니다.
얼른 담당 캐디에게 말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렇게 말 안 하고 혼자 버티다 카트 시트에 똥을 묻히고 가는
고객이 더러 있었다. 시트 세탁비도 안 주고 갈 거면서 왜 그러는지 이해가 안 간다.
진작 말했으면 시트에 비닐이라도 깔지 않겠는가?
하긴 옛 동료는 그런 일을 겪고,
바로 시트에 비닐을 깔았다가 고객이 욕설을 퍼붓고
클레임을 건 적이 있었다고 한다.
자기 자존심을 건드렸는지, 동반자 있는 앞에서 쪽을 줘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시트 세탁을 하는 게 더 힘들고,
남의 똥을 치워야 하는 것도 싫다.
또 어떤 고객은 화장실이 급해 마샬 카트를 불렀는데
마샬카트로 가는 도중 도로에 똥을 지렸다.
그 양이 어마어마했는데 다행히 동반자들이 도로에 있는 똥을
치워 줬다고 한다.
나는 캐디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80대 어르신 고객과 라운딩을 하는데
화장실이 급하다고 숲으로 뛰어들어간 것이다.
그런데 휴지를 챙길 새도 없이 갔는지
돌아왔을 때 손에 대변이 다 묻어 있는 것이다.
클럽을 줄 때마다 손에 묻은 똥이 보이고 냄새가 나서
라운딩이 빨리 끝나기만을 기다린 적이 있었다.
그때는 나이도 어렸고, 경력도 1년이 채 안되던 때라 진짜 당황했었는데
지금 돌아보면 그런 고객은 1년에 몇번씩 만나게되는
이 직업의 일상이었다는걸 이제는 안다.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캔슬하기엔 비의 양이 많지 않았는데 내 고객들은 플레이를 중단하기로 한 것이다.
그래서 클럽하우스로 들어가기 위해 앞팀을 앞질러가야 했다.
그런데 앞팀 고객님이 우리가 가는 방향 쪽으로 소변을 보고 있는 것이다.
본인 홀에서는 등지고 있는 것이겠지만 우리와는 마주 보고 있는 꼴이었다.
나의 팀 고객과 나는 너무 깜짝 놀라서 고함을 지르고
그 고객도 나오는 소변을 어쩌지도 못하고 이리저리 방황했지만
반대로 돌면 자기 팀 캐디와 동반자가 있고, 그렇다고 우리를 보고 싸지는 못하고
오줌 줄기는 계속 나오고, 나와 보조석에 탄 고객은 정말 적나라하게 봤다.
이왕 소변을 눌 거면 숲에 들어가서 볼일을 보면 될 것을
어떻게 담당캐디 바로 뒤에서 그렇게 바지 지퍼를 내릴 수 있는지
나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
물론 나도 내 바로 뒤에서 그렇게 소변을 누는 고객을 만나적이 많다.
그럴 때면 진짜 욕을 한 바가지 해주고 싶은데 이제는 그러려니 하고
내려놓기도 한다.
화장실이 급하면
담당 캐디에게 화장실 위치를 묻는다.
그리고 몇 홀 뒤에 화장실이 있는지 확인한 후에
홀당 소요시간이 10~13분이니 본인이 참을 수 있는 시간인지
계산해 보고, 마샬 카트를 부를지 결정하면 된다.
그런데 고객들은 화장실을 갔다 온 사이에 못 친 홀이 아쉬운 건지
참다가 그 사달을 낸다.
제발 화장실 참지 말자!!
특히 대변은 진짜 참으면 안 된다.
정말 불상사를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혹여 지려서 카트에 오물을 묻히거든 제발 세탁비는 주고 가자!
생리현상 부끄러운 거 아니다.
아주 자연스러운 거다.
그러니 일 터지면 창피해하지 말고
담당캐디에게 바로 알려서 큰 사고를 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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