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를 친다면 한 번쯤 꼭 하고 싶은 것이 홀인원이다.
골프를 치다 보면 운칠기삼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운 70%에 기술 30% 라는 말인데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운 좋은 사람 못 따라간다는 걸 골프에서는
자주 목격하게 된다.
나는 20년 동안 캐디를 하면서 홀인원을 40번 보았다.
1년에 두 세번 본 적도 있고, 1년 동안 한 번도 보지 못한 적도 있었다.
재미 삼아 내가 몇 번이나 홀인원을 보게 될까 하며
세기 시작한 게 40번에서 끝을 맺었다.
그 후 2년 동안 홀인원을 못 보고 퇴직하게 되었다.
홀인원은 볼 때마다 짜릿하다.
내리막 par3 홀은 홀컵에 들어가는 것까지 보여서 소름이 돋기도 한다.
깃대를 맞고 홀컵으로 들어가면서 경쾌하게 땡그랑 소리를 낼 때도 있었다.
홀인원은 평생 한 번 할까 말까 한 것이라서
예전에는 고객님이 팁을 정말 많이 주셨다.
그러면 좋은 운을 나눠갖자며 그 돈으로 떡을 했다.
100여 명이 넘는 캐디들이 다 같이 떡을 나눠먹었었다.
내가 가장 많이 받았던 홀인원 피는 캐디피 포함해서 70만 원이었다.
그때는 회원제 골프장에서 일을 하고 있을 때라 회원님이 홀인원을 했었다.
회원님도 떡을 하는 걸 알고 계셔서 떡값이라고 많이 챙겨 주셨다.
나는 떡을 해서 돌리고, 회원님께 골프웨어를 사서 선물했었다.
홀인원은 운을 나타내서 그런지 대부분의 캐디들은 홀인원 피를 받으면
동료들에게 무언가를 하는 게 관례 아닌 관례가 되었다.
그 관례는 아직까지도 이어지고 있는데
요즘은 떡을 할 정도의 홀인원 피를 받는 게 드물다.
회원제 골프장의 회원들은 아직도 떡값을 주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대중 골프장에서는 홀인원을 한 내장객의 반응은 정말 다양하다.
순수하게 기뻐하는 사람들도 있는가 하면
'아 돈이 얼마나 깨질까?'라고 생각하는 표정이 고스란히 보이기도 한다.
나는 고객들이 홀인원을 하면 돈 걱정하지 말고 기뻐했으면 좋겠다.
나도 20년째 라운딩을 나가고 있지만 홀인원을 한 번도 못해봤다.
그리고 여전히 홀인원의 꿈을 갖고 있다.
골프를 친다면 한 번쯤 해보고 싶지 않은가?
그런데 막상 홀인원을 했는데 기뻐하기보다 돈걱정을 해야 하다니...
홀인원 팁을 꼭 챙겨줘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법은 어디에도 없다.
그것도 어디까지나 홀인원을 한 당사자의 기분이다.
나는 홀인원 팁으로 김밥 네 줄과 그 홀에서 딴 돈 8,000원을 받은 적이 있다.
그렇지만 그 고객님은 진심으로 기뻐했다.
비기너 고객님이었고 옆 경사면을 맞고 굴러 내려온 볼이 홀컵으로 빨려 들어갔다.
동반자와 나는 너무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핸드폰으로 홀컵 안에 들어가 있는 볼 사진을 찍고,
절을 하고 꺼내라고 볼타올을 깔아 줬었다.
우리는 다 같이 웃으면서 기뻐했다. 그것으로 좋았다.
홀인원을 하면 그 운은 어디에서든 오는 것 같다.
나는 그때 김밥과 8천 원을 받았지만 신기하게도 그 이후에
한동한 일을 하면 팁이 많이 들어왔다.
아마 홀인원 때문이 아닐까 하며 좋게 좋게 생각했다.
홀인원 한 사람과 악수를 하면 3년간 재수가 좋다는 말도 있듯이
그 아찔한 이벤트에 돈 걱정하지 않고 기뻐하기만 했으면 좋겠다.
고객님들 중에 가끔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캐디님, 홀인원을 하면 얼마를 줘야 할까요?"
그건 고객님 마음이다. 돈을 줘야 하는 의무는 없다.
아직 현역에 있는 캐디들에게
요즘 홀인원 팁은 평균 얼마를 받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보통 5~15만 원 사이라고 한다.
이젠 떡에서 음료수나 믹스커피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동료 캐디들과 그 기쁨을 함께 한다고 했다.
자주 골프를 치는 고객들 중에는
홀인원 보험을 들기도 한다.
그래서 골프장에는 Par 3 홀 마다 CCTV가 설치되어 있다.
지금은 우스개처럼 말하지만
아주 오래전에 캐디랑 고객이 짜고 홀인원을 했다고 해서
보험금을 타는 사례가 있었다고 한다.
정말 그런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고객들 중에는 장난으로 나에게 부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냥 웃자고 하는 얘기니 웃어넘기지만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보험사가 그리 호락호락할리 없기 때문이다.
40번의 홀인원을 보면서 같은 반응을 보인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상황이 어떻든 홀인원을 하게 된다면
그때의 마음에 충실히 기뻐했으면 좋겠다.
너무 놀랍고 짜릿하지 않은가.
"홀인원, 하고 싶은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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